유일하신 하나님을 섬긴다는 교회가 우상에 빠진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 우상숭배는 아주 흔하게 그리고 쉽게 교회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우상숭배는 하나님이 아닌 것을 섬기는 것이고 하나님의 자리에 다른 절대적인 가치를 두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우상이 이곳에서 여러 번 강조한 맘몬이다. 물질을 섬기고 물질을 최고의 가치로 섬기는 세상의 풍조를 따라서 교회에도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하고 하나님이 아니라 물질을 섬기는 모습은 너무 흔하고 많은 기독교인이 인정하고 있는 바이다.

그러나 물질이외에도 다른 우상들도 교회에서 들어와 있고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들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학문우상이다. 누군가 말한 ‘과학이 발전하면서 미신과 우상들이 없어졌다. 그러나 그 자리에 과학이 새로운 우상이 되었다.’는 말은 정확한 지적이다.

학문우상이라는 말은 베이컨이 [신기관]에서 말한 4가지 우상 중 [극장우상]에서 유추할 있다. 베이컨은 ‘권력가 지식인 등의 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그 주장에 선동당하는 것을 극장우상이라고 말했는데, 사람들은 학문체계나 학파의 주장에 따라서 자연현상을 해석하는 오류를 범한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미신과 우상을 비판할 때 전혀 근거 없는 믿음을 내세우는 것을 비판하는데, 학문이 오히려 학문이라는 이름으로 또는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실제적인 근거나 합리적인 비판없이 받아들여지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학문과 과학이 우상과 같이 절대적인 힘과 지위를 가지고 절대 진리의 자리에 서서 모든 것을 판단하고 다른 것들을 지배하는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세상의 시류를 따라서 교회에 그대로 들어와 있는 현상이고, 교인이라 하더라도 비슷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만약 앞에서 말한 대로 과학이나 학문이 절대 진리에 서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근거가 되고 학문과 과학이 가장 근본의 위치에, 가장 높은 위치에 서있다면 이것 역시 우상이고 교회에서 극복해야 할 문제라 할 수 있다.

과학이나 학문이라는 것이 진리를 찾는 행위이고 또 어떤 것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찾아가는 행위이기 때문에 학문이 절대 진리의 자리에 서있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고 주장할 지 모른다. 그러나 일상의 삶 속에서 실제로 학문이라는 권위로 또는 과학적이라는 말로 많은 것들을 압도하고 있는 ‘학문적인 결과’와 ‘과학적 결론’이라는 말이 가지는 절대 권력을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과학적이고 학문적인 연구결과라는 것이 얼마나 진실한 것이고 얼마나 정확한 것인지에 대한 검증을 일반 개인이 할 수 없다는 것에 있다. 일반 개인은 과학과 학계의 연구 결과라는 말 자체가 정확한 진리이고 그것이 진실 검증이 끝난 것으로, 부인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과학과 학문이라는 이름 자체가 권위를 가지고 모든 다른 생각과 다른 주장을 지배하는 것은 분명 우상적인 모습이고, 실제 그런 검증되지 않은 우상들이 부여되지 않은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이 세상이고, 교회에도 그런 생각들이 들어와 있다.

가장 쉬운 예로 교회 안에서 학력이 높은 사람이 인정을 받고 존경을 받는 것도 학문이 우상이 되고 있는 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특별한 근거없이 학력이 많은 사람이 더 지혜롭고 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학력이 낮은 사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도 학문 우상에 물든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것은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잘 느끼지 못하는 좀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19세기에 성행했던 자유주의 신학은 성경을 학문과 과학에 근거해서 판단하려고 했다. 그래서 소위 과학적이지 않다고 생각되는 성경의 많은 부분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고고학이나 역사학의 학문적인 연구결과에 맞추어서 성경을 해석하고 나아가 왜곡하는 시도를 했다. 이들에게는 절대 진리가 성경이 아니라 학문이고 과학이다. 그들은 학문과 과학이라는 움직일 수 없는 절대 진리와 기준을 가지고 성경을 그것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재단하려고 했던 것이다.  

우리가 자주 경험하듯이 학문과 과학적인 결론이라는 것이 수시로 변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주장들이 계속 나오는 것인데 이것을 절대기준으로 삼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면이 있다. 그런데 마치 과학적이고 학문적인 것을 늘 움직이지 않는 불변의 진리를 제공하는 것처럼 여기고 거기에 그런 대단한 권위를 부여하는 것이 마치 우상에 빠져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학문 우상은 현대 우리 교회 안에서도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설교와 성경공부에서 학문적인 근거를 꼭 제시해야 할 것 같고 그렇게 해야 더 믿을 만한 것이 된다고 생각하는 모습들이 많이 있다. 단순히 과학과 학문도 성경을 지지한다는 정도가 아니라 과학과 학문적인 것들과 일치해야 진리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생각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역사적으로 신학과 인문학이 갈등했던 때가 있고, 학문과 신앙이 대립했던 때가 있다. 그렇다고 학문과 신앙을 대립적이 관계로 인식하고, 우리가 과학과 학문을 거부하고 과학과 학문의 결과들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은 태도이다. 오히려 과학과 학문을 통해서 발견하게 되는 하나님의 창조 세계와 질서들을 배우는 도구로 잘 사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에게 학문과 과학이 오리려 절대 자리에 있지는 않는지, 학문과 과학이 우상이 되어서 오히려 신비화 되고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자리에 있지 않은지, 과학과 학문이 종교의 자리에 서고 있지 않는지 늘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학자나 신학자가 아니면 그 학문적인 결과에 대한 검증이 불가능할 때가 많고, 마찬가지로 신학에 대한 검증도 어렵기 때문에 뭔가 그 말하는 사람의 신뢰도에 따라서 어떤 것들은 믿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스스로 생각도 해 보지만 그것이 아주 낮은 수준의 상식선에서의 판단일 수밖에 없고 맹목적으로 믿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차원에서 현대는 과학과 학문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스스로 검증할 수 없어서 뭔가를 굳이 맹신해야 한다면 과학이나 학문이 아니라 하나님을 믿어야 할 것이다. 그런 학자나 과학보다 우리가 성경을 통해서 경험하고 믿게 된 하나님이 더 큰 권위가 있고 더 믿을 만 하지 않겠는가?

결론으로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과학이나 학문도 자칫 우상의 자리에 설 수 있고 그것을 맹신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학문과 과학적이라는 얘기들에 대해 과도한 맹신이 있어서 학문에 기준을 두고 성경을 판단하려고 하는 모습들이 우리 안에도 있는지 늘 경계해야 한다.

과학적이고 학문적이라는 말에 이제까지 알고 있던 신앙적인 것들이 너무 쉽게 물러서는 모습들이 있고, 과학적이고 학문적인 결과 안에 성경을 제한하고 가두려고 하는 모습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만약 이런 경계들이 없이 현대 시류를 따라서 우리의 생각과 교회 안에서 학문을 절대 진리와 절대 기준의 자리에 두는 모습이 계속된다면 학문 우상을 섬기는 잘못된 신앙, 잘못된 교회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