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교회가 보여 주는 모습은 예수님의 삶과는 전혀 다르다. 바나 그룹(Barna Group)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교회를 생각할 때 가장 많이 떠올리는 단어가 ‘동성애 혐오, 비판적, 위선적’이라고 한다. 나머지 답변들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실망한 일이나 상처받은 경험 때문에 기독교 신앙을 부정하거나 거부한다. 대부분의 그리스도인이 이런 일을 경험하거나 들어 보았을 것이다. 성직자의 권력 남용, 교회 내 세력 다툼, 죄책감 강요, 기부는 많이 하면서 자기 사업장에선 나쁜 짓을 골라 하는 그리스도인, 교회의 모든 행사에 다 참석하면서 거짓말과 험담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스도를 자랑한다면서 들어보면 결국 자기 자랑하기 바쁜 사람 등.

그 결과 교회에는 다음과 같은 이름표가 붙는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끼지만 교회에 대놓고 말하지는 않는 내용이다.

자기중심적 교회.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교회는 자체적인 문제에만 관심 있는 작은 모임 같은 인상을 준다. 이러한 교회는 교회 외적인 문제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건조하고 재미없거나 경쟁과 분노로 가득 차 있다. 자기 목적만을 옹호하고, 자기 사람에게 팔이 굽는 다른 사교 모임과 다를 바 없이 폐쇄적이며, 사랑과 봉사의 삶을 사는 일을 거의 없다. 교회 외적으로 하는 일이라고는 ‘전도’가 유일한데 그마저도 겸손하고 사랑이 담긴 섬김의 표현이라기보다 부수적인 프로젝트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자신을 희생하는 사랑의 삶을 살았던 예수님을 따라 살라고 부름 받은 사람들이라 하기에 교회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것 같다. 교회의 소명이 교회 안에만 있는 듯하다.

존재감 없는 교회. 정반대의 경우도 문제가 심각한데, 보통의 교회는 문화적, 감정적, 사회적 역할을 감당하는 데 있어 존재감이 없다. 일상적인 교회 활동이나 교회의 존재 자체가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긍휼과 사랑의 흔적은 고사하고 교회가 있는지조차 티가 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마디로 있으나 마나 한 존재인 것이다. 잘 꾸며져 있든, 잘 정리돼 있든, 지역 명소로 이름 정도는 알려져 있든, 매주 주차 문제로 짜증의 대상이 되든, 사람들은 살면서 수만 개의 교회를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세속주의적 경향이 강해짐에 따라 교회는 소명을 잃어버린 지 오랜 일종의 사교 클럽처럼 과거의 잔재로 남게 되었다.

억압적인 교회. 교회가 존재감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 삶을 억압하는 듯한 이미지로 뉴스에 등장할 때 그렇다. 다른 사람에 대해 적대적이고 낡은 사고방식을 내세우고, 노골적이고 신랄한 말을 하는 소위 기독교 대변인들 때문이다. 이런 교회는 사람들이 교회에 적대심을 갖게 하고, 소망을 갖지 못하게 한다. 사람들은 그리스도인들이 남들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는 엄청난 관심을 보이면서도, 정말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는 자기들끼리 싸우기 바쁘다는 인상을 받는다. 우리가 지금 무너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많은 이들에게 교회는 아주 지루하기 그지없는 싸움꾼들의 모임일 뿐이다. 이런 교회는 분열과 공격을 위해 부르심을 받은 것 같다.

벽으로 둘러싸인 교회.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갈3:28)라는 말씀처럼 하나님의 백성은 새로운 인류의 모습을 보여 주는 증거가 되어야 하지만, 사실 교회는 문화나 인종 차별이 가장 심한 조직이나 다름없다. 계층이나 하위 문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지역 교회들은 다른 삶의 영역과 다를 바 없이 사회의 축소판에 불과할 때가 많고, 예수님이 추구했던 새로운 인간다움을 보여 주지도 못한다. 응당 그 길을 보여 주어야 할 우리보다 교회 밖의 사람들이 오히려 “중간에 막힌 담”(엡2:14)을 허물고 사는 삶의 모범일 때가 많다.

나쁜 소식을 전하는 교회. 교회는 좋은 소식을 전한다고 주장하지만 그게 정말 ‘좋은’ 소식인지 아닌지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소식’이 사실인지, 중요한 것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교회가 새로운 소식이라 부르는 것의 대부분은 진부한 이야기에 가깝다. 새로운 소식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서 ‘새롭다’는 단어와 ‘소식’이라는 단어는 동의어가 되었다. “예수님과 그분의 사랑에 대한 아주 오래된 이야기”는 더 이상 세간의 이목을 끌지 못하며, 행여 그 소식이 사실이라고 해도 거기에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어 보인다. 진정성도 약해 보인다. 복임이 진짜인지에 관한 문제는,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고 말하는 것 같은 사실 문제가 아닌 일출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 같은 미학의 문제가 됐다. 새롭다는 특성이 사라지면서 그 소식이 갖고 있는 중요함까지 함께 사라진 것이다.

아무 소식도 전하지 않는 교회. 조금 더 넓은 현대의 문화적 시각에서 볼 때 ‘좋다’는 것은 도덕적 현실의 문제가 아닌 취향의 문제가 되었다. 개인이나 사회 모두 교회 역사에 나타난 ‘좋은 소식’을 그저 부수적이고 불필요하게 여기는 듯하다. 도덕적 신념만 늘어놓은, 세상과 다를 바 없는 교회의 모습 때문에 ‘존재론적으로 올바르며 더 나은 도덕적 비전을 가지고 있다’는 교회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대중의 입장에서 교회 지도자들이 일으킨 엄청난 사건들은 자기가 가진 것이 ‘좋다’는 교회의 모든 주장을 불신하게 만든다. 옆집에 사는 그리스도인이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이 자기중심적이고 소비적인 삶을 산다면 ‘좋다’는 것은 희미한 감성에 불과한 것이 된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교회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오늘날 교회가 생명의 길을 안다고 주장하려면 좋은 소식이라는 이름에 합당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폭력과 공포, 가난과 불의가 넘쳐 나는 세상에서 교회는 관계를 통해, 그리고 생명력 있는 행동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우리 주위의 세상이 보여 주는 것과는 다른 시각을 보여 주고, 다른 방법으로 영향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전 세계가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혼란이 가중되는 이 시대에 교회는 생명의 길을 알고 있음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