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켜진 손을 펴야 천국이 있다 - 천진석
천진석(기독교세계관네트워크 총무)
제자들은 오래간만에 마음이 흡족했을 겁니다. 한결같이 무엇을 달라고 애걸하는 사람들만 예수님 앞에 나왔었는데, 기특하게도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는 젊은이가 나왔으니 말입니다: "선하신 선생님, 내가 영생을 얻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신앙의 본질과 관련된 수준있는 질문이었습니다. 세상에서 먹고 사는 문제보다 영원한 생명에 관한 종교적인 주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 젊은이를 보면서, 자신들과 동행할 수 있는 진지한 청년 하나 건졌다고 생각했었겠지요.
예수님은 먼저 모든 진리는 하나님으로부터 온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후에, 그 젊은이의 질문에 걸맞게 구약의 계명을 열거하십니다. 젊은이는 이에 화답합니다. "선생님, 나는 이 모든 것을 어려서부터 다 지켰습니다." 참 멋집니다. 영생에 관한 질문, 하나님 중심의 대화, 계명 확인, 실천 고백….. 모든 것이 이상적으로 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청년은 복을 받고, 또한 예수의 제자로 나설 수 있는 자격이 있어 보입니다. 예수님도 “그를 눈여겨 보시고, 사랑스럽게 여기셨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납니다. 갑자기 예수님이 허를 찌르듯 한가지 요구를 하십니다: “네가 가진 것을 다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라. 그리하면, 네가 하늘에서 보화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이 젊은이는 당황합니다. 얼굴이 굳어집니다. 아니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까지 도달합니다. 근심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냥 등을 돌리고 떠나갑니다.
참으로 순식간에 벌어진 반전입니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습니다. 아니, 젊은이의 인생에서 하나님의 뜻대로 성실하게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자신의 재산이 걸림돌이라고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당혹감은 더 컸습니다. 오히려, 어려서부터 신실한 삶을 산 댓가요 결과가 재산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고 살았었겠지요. 그런데 젊은이에게 더 곤혹스러운 것은 그 재산을 예수님의 말씀대로 내놓을 수 없는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재산을 가난한 사람에게 모두 주라니…. 그게 어떤 재산인데…. 그리고 나서 나를 따라오라니….. 예수님이란 분은 훌륭한 분이고, 자신이 평생 수행하며 모실 위대한 스승이 될 수 있는 분이었는데, 이런 감당할 수 없는 요구를 하시다니….. 정말 울고 싶어라….. 마가복음은 이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에게는 재산이 많았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떠나가는 청년으로부터 눈을 돌려 제자들을 보면서, 더 당혹스런 말씀을 하십니다: "재산을 가진 사람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가 참으로 어렵다….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지나가는 것이 더 쉽다." 본문은 제자들이 놀라고, 또 놀랐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준이라면 도대체 누가 구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제자들의 심각한 질문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에게 등을 돌린 젊은이는 손을 움켜쥐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뜻대로 살고자 하는 열망도 이 굳게 움켜쥔 손을 유지할 수 있을 때 실행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요구는 그 손을 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야 더 큰 것 – 하늘의 보화 –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손을 펴기가 쉽지 않습니다. 삶의 경험상 그렇습니다. 심리적 불안 때문에 그럴 수 없습니다. 사회적 지위 때문에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손을 쥔 상태에서 하나님 나라의 진실되며 동시에 풍요로운 가치를 누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내가 쥐고 있는 그 무엇이 하나님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끝없는 자기만족만이 있을 뿐입니다. 하나님도 이 자기만족안에서만 자리매김할 수 있는 자신의 ‘이상형’일 뿐입니다.
손을 편 자가 하나님의 나라를 소유하게 됩니다. 손을 편 자가 예수님의 손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손도 잡아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길에 동참하면서, 예수님께서 아바 아버지라 부르신 그 하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손을 펴면 생명이 전달됩니다. 부자는 자신의 재산으로 가난한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습니다. 이것은 낭비도 아니요, 손해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사람을 살리는 일에 그 무엇을 기여할 때, 나의 생명도 풍성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구원이 있습니다. 예수님 말씀대로 이 구원은 사람은 할 수 없으나, 하나님은 하실 수 있는 구원입니다.
예수님이 전하시는 하나님의 나라는 이 손을 편 자들에 의하여 이루어가는 진정한 인간공동체입니다. 눈에 보이는 그 무엇으로도 환전할 수 없는 사랑과 감격이 있는 공동체입니다. 이 꿈의 실제는 단지 저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천국’만이 아닙니다. 손을 편 자의 삶은 이 땅에서 고난의 삶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결국은 용솟음치는 생명의 기운을 힘차게 펼쳐가는 삶입니다. 이런 자에게 오는 세상에서의 영생이 기다리고 있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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