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5월말 신학교 동기들과 함께 전도를 나갔다. 내 동기 중에 성남에서 개척한 분이 있다. 우리는 2명씩 짝을 지어 시장의 각 골목을 돌아가며 전도하기로 했다. 우리는 시장통의 가계를 하나하나씩 방문하면서 복음을 전했다. 나는 올 9월에 러시아로 선교를 떠나기로 되어 있는 동기와 한조가 되어 2시간 동안을 열심히 전도했다.

그 때 내가 느낀 인상이 이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복음에 대해 기꺼이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더 안타까웠던 점은 생명이 없는 금붙이나 돌상 그리고 나무 조각 같은 것을 참 신으로 믿고 섬기는 일이었다. 그들은 썩은 새끼줄을 생명 줄로 알고 거기에 인생을 걸고 있었다. 그 때 내 마음속에 한 가지 시험이 찾아 왔다.

그것은 귀를 틀어막고 있는 저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하는 생각이었다. 사실 나는 2시간 동안 전도를 하고 난 다음 무겁고 지친 마음으로 교회에 돌아 왔다. 그 때 마침 동기 전도사가 옥상에 심어 놓은 겨자나무를 우리에게 보여주겠다고 했다.

내 신학교 동기들이 지난해 말 성지순례를 갔다 오면서 겨자씨를 가져왔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옥상에 올라가 그 나무를 살펴보았다. 내가 만져 보았더니 약 60cm 가량 자랐다. 올 봄에 그 씨를 파종했다고 한다.

옥토에 씨앗이 뿌려졌더니 금새 나무가 그렇게 자랐던 것이다. 이 때 예수님의 겨자씨 비유가 생각났다. 예수님은 겨자씨에서 새소리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것을  생각하며 회개했다.

나는 복음을 전하면서도 그 안에 들어 있는 생명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전하는 복음이 이약하고 힘이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리고 복음을 받는 자들이 무관심하거나 때로는 적대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든 그 씨가 옥토에 떨어지면 놀라운 생명력을 갖게 된다. 그리고 결국에 그 나무에 열매가 열리고 그 가지에 새가 깃들이게 된다. 나는 복음을 전하면서도 이런 환상이 없었다. 다시 말해 복음의 씨를 뿌리면서도 그 생명의 열매를 바라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생명이 누리게 될 환희와 기쁨을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씨앗을 들고 새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즉 내가 복음의 씨를 이웃에게 전할 때 그들 가운데 일어날 놀라운 생명의 환희를 느낄 수 있겠는가. 만일 내가 그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죽어가는 영혼을 깊이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에도 담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