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교회에서 전 교인이 애니매이션 영화 "천로역정"을 감상하였는데 그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짧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여러분도 기회가 되면 책으로나 영화로 천로역정을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주인공 크리스찬의 천국을 향해가는 여정의 모든 곳이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많은 도전과 교훈을 전해줍니다.

2019년 8월 12일 월요일

오전 6:46

어제 본 천로역정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말은 죽음 앞에서 두려워하며 머뭇거리는 크리스찬에게 전도자가 해 준 말이다. 크리스찬은 남아 있는 가족들을 걱정하며 자신이 죽어버리면 그들이 구원의 길을 따라올 수 없지 않냐고 반문한다. 그는 처음 여행을 떠날 때도 천국을 찾아서 천국에 이르는 길을 알려주려는 마음이 있었다. 그러자 전도자는 그들의 구원은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며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도 그들이 갈 수 있도록 그들의 길을 마련하고 계신다고 말하면서 우리의 할 일은 그 구원의 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을 따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그 길을 가르쳐 주는 것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 길을 따라가는 모습을 통해 다른 사람들도 그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이 크리스찬은 바로 천로역정을 쓴 존 번연 자신이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다. 감옥에 갇혀 오랜 시간을 보낼 때 그에게 일어났던 의문과 고뇌, 하나님께 대한 부르짖음의 응답을 전도자의 입을 통해 우리에게 말해 주고 있다는 깨달음이 왔다. 예수님께서도 이와 비슷한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나를 따르라"하셨을 때 베드로는 요한을 보며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사옵나이까 하고 묻는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내가 올 때까지 그를 머물게 하고자 할지라도 네게 무슨 상관이냐"라고 하시며 다시 한 번 "너는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신다.

우리는 이 예수님의 말씀 "나를 따르라"를 수도 없이 들었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수많은 책을 읽고 토론을 하기도 했다. 설교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이 말씀의 키는 나에 대한 개인적인 말씀으로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천국에 이르는 길은 그 길을 떠난 사람만이, 그 도상에 있는 사람만이, 간절한 마음으로 앞으로 나아가려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길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너는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존번연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깨달음이 들자 천로역정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것 같다. 왜 한번도 절판이 되는 일 없이 성서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 되었을까? 바로 저자 자신이 그 천국의 길을 걸어갔기 때문이다.